2년간 자전거 미대륙종단 김태현님
영삼성에서 온 메일 내용입니다.
http://www.youngsamsung.com/twenty.do?cmd=view&seq=472&tid=141
에너자이저!! 자전거 여행자 김태현님
젊음을 불사르며 자유를 추구하는 자전거 여행가. 김태현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2008년 4월부터 2010년 1월까지 1년 10개월간 북미와 남미대륙 14000km를 자전거로 여행한 김태현씨(28)를 만나고 왔다. 범상치 않은 레게머리와 까맣게 탄 피부가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는 여행자의 포스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약 2년간 자전거 여행을 했으니, 산전수전 다 겪으며 자신감에 충만해있을 것 같던 김태현씨가 필자를 보자마자 처음 한 말은 “오늘 사진이랑 영상 찍죠? 저 그런거 잘 못해요.”였다.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김태현씨는 도전적이고 당찬 이미지 보다는 수수하고 순박한 이미지의 청년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나타나는 그의 ‘외유내강적 파워’는 이야기를 듣는 우리 열운들을 조금씩 감동시켰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를 몸소 느끼고 싶었어요. 그게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그는 일상을 벗어나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여행은 그 어떤 책에도 나와있지 않는 살아있는 지혜를 얻게 해준다. 여행은 우리에게 값진 경험을 하게 해주고 그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 한켠에 자리잡는다.
“2007년에 이웃나라 일본에서 보름동안 오토바이 여행을 했어요. 가까운 일본만 가봐도, 우리들과 삶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점점 더 먼곳,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때,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2008년 4월 정도를 시작일로 잡았죠. 예정대로 2008년 4월 28일에 비행기를 타서 미국으로 가, 미국 – 멕시코 – 과테말라 – 엘살바도르 – 온두라스 – 니카라과 – 코스타리카 – 파나마 – 콜롬비아 – 에콰도르 – 페루 – 볼리비아 – 칠레 – 아르헨티나 – 브라질에 이르는 험한 길을 달렸어요”
“준비해간 돈이 모자라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여행을 가기 위해 국내에서 1000만원 정도를 모았어요. 항공료, 자전거 구입비용, 필요한 물품 구입비용을 다 합하니 500만원이 나오더라구요. 나머지 500만원으로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떠났어요.
“당연히 돈이 모자라는 순간이 왔죠. 그땐 중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다시 모았어요. 한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구요, 아르헨티나의 한 민박에서 매니저 일을 하기도 했어요”
“스페인어는 과테말라에서 학원수업을 들었어요. 물가가 매우 싼 편이라 학원수업 받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어요. 덕분에 남미를 여행할때의 언어 장벽은 많이 허물 수 있었죠."
“소매치기 때문에 모든걸 잃고, 한국에 계신 할머니의 별세소식까지 들었을땐 정말 포기하고 싶었어요”
자전거 여행은 분명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요구한다. 김태현씨에게도 물론 이렇게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에서 그가 느꼈을 절망적인 순간들이 그려졌다.
“페루에 있었을 때 소매치기를 당한적이 있어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마추픽추 근처에서 카메라, 노트북, 메모리 카드 등 1000달러 가까이 되는 물건들을 한꺼번에 도둑맞았어요. 물건이 없어진건 괜찮았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슬펐어요. 소매치기를 당하자마자 경찰에게 알렸더니, 물건을 찾아주려고 하진 않고 며칠있다 중고품 시장에 가면 찾을 수 있을거라는 말만 해주더라구요.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한건 한국에서 전해온 할머니의 별세 소식이었어요. 그 때 가장 포기하고 싶었어요. 당장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귀국하고난 지금도 할머니에게 너무나 죄송스러워요.”
“서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콜라가 그 순간 저에게는 생명수와 같았어요”
자전거 여행만이 줄 수 있는 묘미에 대해 물었을 때 태현씨는 ‘감사할 줄 아는 자세’라고 대답했다. 험난한 자전거 여행은 ‘편안함’을 포기한 용기있는 청년에게 ‘겸손’을 선물했다. 세상은 우리에게 한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며 우리를 내몰지만 태현씨는 이번 여행을 하며 낮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저는 쓴 것을 맛본 후에 비로소 단것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이 다 떨어져서 거친 숨을 헐떡 거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콜라 한캔을 줬어요. 태어나서 마셔본 가장 맛있는 콜라였어요. 한국에 있을 때 콜라는 그저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료수였지만, 쓰러지기 직전에 마셨던 콜라는 제 목숨을 살려줄 만큼 소중한 것이었어요. 자전거 여행의 묘미가 이런거라고 생각해요. 자전거 여행은 생활 속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해줘요.”
험난한 여정은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가장 큰 도움을 줬던 사람을 꼽아달라고 하자, 태현씨는 아주 난감해 했다. 길을 잃었을 때 흔쾌히 집에 재워준 사람, 가던길을 멈추고 자전거를 수리해준 사람, 편한 길을 가르쳐 준 사람 등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태현씨는 그중에서도 멕시코에서 만났던 한국인 교수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해주었다.
“제가 여행을 하면서 계속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렸거든요. 그걸 보고 제가 계획한 루트에 자기가 살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저를 초대한 교수님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약속을 정하고 그 분을 만나러 가는길에 벌과 모기와 같은 벌레들에게 습격을 당했어요. 온몸이 퉁퉁 부어서 교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교수님은 깜짝 놀라시더니 손수 저를 치료해주셨어요.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너무나도 고마운 분이에요”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이 생길 수 있게 해주고 그것은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태현씨도 분명 2년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다고 생각하여 여행을 하면서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대해 물어봤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제가 참 까칠했어요. 제가 구입한 물건에 이상이 생기면 판매자에게 전화를 해서 따지기도 하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성격이 계산적이었는데, 여행을 하면서는 참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좋은 것을 많이 보며 편안한 기분으로 오랫동안 여행하다 보니, 제가 한층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어있더라구요. 이렇게 변화된 제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요. 새삼 여행이 가진 힘을 느끼기도 하구요.”
자전거 여행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강철체력? 튼튼한 자전거? 언어능력? 아니다. 태현씨는 힘든 일을 즐기고 웃어넘길 줄 아는 ‘대인배적’ 여유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힘든 순간을 하나하나 이겨내면 끝내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꿈과 자유를 찾아 험난한 여행을 했던 태현씨의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또다른 신화를 만들어 낼까? 아니면 여행에서 느꼈던 인생의 맛을 일상생활에서 이어갈까?

마지막으로 영삼성 닷컴을 이용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태현씨는 하고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하지만 그는 젊은이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목표를 끝까지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우리나라는 젊은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주위를 둘러봐도 모든 젊은이들이 인생의 원대한 목표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빡빡하게 살고 있잖아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하지만 영삼성 닷컴의 회원여러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다면,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마음속 깊숙히 품고 있다가, 죽기전에는 꼭 해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는 처음보는 사람과 인터뷰하는 것이 어색한지 부끄러운 표정을 많이 지었지만, 그가 전하는 여행 이야기 속에는 인생에 대한 탄탄한 자신감이 돋보였다. 그는 끝나지 않은 여행 속에서 또 다시 역경과 시련의 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절대로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펼쳐질 그의 위대한 도전이 꼭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