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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여행한사람 2009. 6. 4. 05:41

디자인하우스 기사09.6.03

 

http://www.design.co.kr/section/news_detail.html?info_id=48089&category=000000060000&pageno=1

 

느린 걸음으로 읽는 책
천리포수목원의 사계, 정원 소요















분야
 비소설
지은이 이동협
정가 18,000원
분량  288쪽
발행일 2009년 5월 4일
펴낸곳 디자인하우스



치유와 희망, 성찰의 공간 정원
6년에 걸친 101번의 취재

70개의 글과 350장의 사진으로 담은
천리포수목원의 봄•여름•가을•겨울


나무를 심은 사람, 칼 밀러와 민병갈
자기의 평생을 다 바쳐 나무를 심은 사람이 있다. 장 지오노의 아름다운 우화 <나무를 심은 사람>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인 칼 밀러Carl Miller, 1945년 25세 청년의 미 육군 중위 칼 밀러는 미군정 장교로 처음 대한민국과 인연을 맺었다. 전쟁 이후에도 한국은행에 근무하며 계속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던 칼 밀러는 1962년 우연히 휴가차 들렀던 천리포 바닷가의 구석진 땅 6천평을 사게 되었고, 1970년 2만평까지 늘어난 그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작은 규모의 농원 만들기로 시작했던 일이 1979년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으로 이어졌고, 그해 미국인 칼 밀러는 대한민국에 귀화하여 최초의 귀화 남성인 한국인 민병갈이 되었다.

2002년 81세의 나이로 타계하기까지 그가 직접 일구었던 천리포수목원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자 1만5천여 종의 다양한 수종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수목원으로 성장하였다. 올해로 만 40살이 되는 천리포수목원은 특히 목련, 동백, 호랑가시 등의 다양한 개체 확보로 세계 수목학회와 미국 호랑가시학회로부터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증 받았으며, 글로벌 기준의 교류와 소통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수목원으로 성장하였다. 2000년에는 국제 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은이 이동협은 미국인 칼 밀러가 한국인 민병갈이 되어 눈을 감기까지 그의 평생의 열정과 노동을 다 바쳐 가꾼 천리포수목원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라 생각하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제대로 알리고자 6년 동안 101번에 걸쳐 수목원을 방문, 취재했다. ‘정원에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느린 걸음’이라고 믿는 지은이는 직접 찍은 350장의 사진과 70편의 글을 통해 천리포수목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과 꽃과 나무들의 내밀한 속이야기들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지은이 이동협
1960년생. 1983년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쌍용건설을 시작으로 KBS, SBS 미술부 등에서 일했다. 현재 SBS 아트텍 전략사업팀장이다. 무대 위의 디자인, 이라는 공식 영역 외에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일산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어떤 기억의 이미지들을 남겼는지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했다. 1997년 파주에 마당 딸린 집을 짓고, 인생의 첫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정원에 대한 관심이 천리포수목원으로 이어져 2004년부터 천리포수목원을 101차례 방문해 정원의 속살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꿈꾸는 정원사’라는 이름으로 ‘나의 정원일기’라는 블로그(blog.chosun.com/ydh208)를 꾸리며 ‘정원에서의 느린 한 걸음’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은이의 말
“지금은 정원 문화가 희미해졌지만 우리에게도 예전부터 내려오던 정원의 전통이 있습니다. 이 정원들은 사대부나 반가의 부속공간으로서 소박하면서도 풍류와 은유, 여백과 격을 보여주는 철학적 사유의 공간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서양식 정원은 노동의 수고가 필요한 생산적 공간이고, 육체와 정신의 몰입을 통한 자기 위안과 생명과의 교감을 얻게 되는 감성적 공간이며, 다양한 나무와 초화로 구성하여 사계절의 시각적 즐거움을 공급하는 위락공간이기도 합니다. 민병갈 원장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민병갈의 정원―천리포수목원은 자신의 성장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서양식 실용’과 제2의 조국인 한국의 자연과 정원에서 느끼고 좋아했던 ‘소박과 격’을 함께 담고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더구나 수려한 서해 천리포의 해안 풍광과 낭새섬까지 끼고 있어 민병갈의 정원은 세계 정원사에 있어 유례없는 독특함을 갖고 있습니다. 국립광릉수목원이 1987년에야 문을 열만큼 정원문화의 성숙과 학문적 연구가 뒤늦은 대한민국에, 1만 5천여 가지의 다양한 수종과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이제 만 40살의 성숙한 정원을 갖게 된 것은 오롯이 민병갈이 남긴 순수하고 아름다운 노동과 베품의 마음 덕분입니다.
정원의 의미와 가치는 그 옛날 바빌론의 정원 같은 전설 속 이야기나 세계 유명 정원들이 누리는 그 위세와 유명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원의 주인과 함께 하며 정원을 보살핀 수많은 손길을 기억하고 있는 나무와 초화들, 그들이 보여주는 정원의 ‘현재’에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민병갈 원장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를 ‘성자’로 추앙하는 대신, 오직 그가 남긴 땅과 흙과 나무와 풀, 바람을 음미하며 보낸 6년의 시간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민병갈의 정원이 과거에 갇히지 않고 현재로, 미래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성찰과 위안, 깨달음과 울림. 정원이 우리에게 주는 그 모든 미덕들에 감사하며 나무를 심은 사람, 민병갈의 정원을 소개합니다.”

정원사 이동협의 제안 -천리포수목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느리게 길 떠나기
예전에 하루 온 나절을 다 보내고서야 다다랐던 천리포길은 이제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당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속도의 시대에 맞서 민병갈의 정원을 온전하게 복원하고 계승하는 길은, 거꾸로, 세상 끝의 정원에 닿던 그 행복하고 고독한 느낌의 시절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천리포까지의 포장길을 차를 두고 걸어와 행복한 얼굴로 정원에서 만났던 한 이웃의 느린 걸음이 생각납니다. 정원에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느린 걸음입니다.

봄 정원
봄의 천리포수목원은 넓은 대지 위에 수백, 수천 그루씩 열지어 군식된 나무들이 연출하는 장관은 구경하지 못할지라도, 정원 구석구석에서 무대 등단을 기다리는 배우들처럼 순번을 기다리다가 자기 차례에 개인기를 한껏 뽐내는 다양한 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각종 꽃들이 순차적으로 꽃을 피우는 이 과정은 마치 밤하늘의 불꽃축제와 같습니다. 각기 다른 향기와 모양, 색상으로 표현되는 이 봄꽃 릴레이는 인간들이 만드는 세상 그 어떤 축제나 퍼레이드보다 황홀하고 감동적인 생명의 축제입니다.

여름 정원
여름이면 공원도 숲도 정원도 초록 일색이지만 꽃이 지나간 자리를 서운해만 마시고 나무 아래에서 그들에게 말 걸어보고 그들의 시선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꽃이 없는 여름정원이 뭐 볼 것이 있냐 싶지만, 여름이야말로 초록의 농담 그리고 나무와 잎들 고유의 무늬와 결을 모두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바로 이게 여름정원의 감상 포인트인 셈이지요. 볕이 드는 날보다는 흐린 날, 낮보다는 여린 새벽에 초록의 진지함과 계조(Gradation)를 또렷하게 감상하는 호사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가을 정원
식물의 1년의 생장주기는 인간 삶의 압축과도 같습니다. 몇 백 년을 산, 오래된 나무를 아래서 가만히 올려다보면 나무는 우리와 동격의 생명 개체가 아니라 그 자신 하나의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가 도도히 이어져왔고 앞으로도 이어져가야 할 역사이고, 오히려 그 한켠에서 피고 지는 잎들이 우리와 동격인 것이지요. 가을, 물들고 가벼워지고 종내 떨어져내리는 잎들을 보며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가을정원의 제안입니다.

겨울 정원
꽃도 없고 화려한 잎들의 향연도 없는 겨울정원에 무슨 볼거리가 있냐며 투덜거릴 수도 있지만, 겨울정원은 또 그만의 묘미가 있습니다. 겨울은 길고도 혹독하지만, 한편으로 나무와 풀들에게 인간들의 시선과 발길을 피하여 꿀맛 같은 휴식을 제공하는 오히려 따뜻하고 착한 계절입니다. 그래서 천리포의 정원에 겨울햇살이 들면 정원을 구성하는 수많은 나무식구들의, 그들만의 안온한 휴식과 평화로운 수다가 보이는 듯합니다.
추천의 말

추천사 : 101번의 프러포즈
<정원 소요-천리포수목원의 사계>를 다 읽고 ‘좋다’라는 마음보다 먼저 찾아든 것은 ‘참 든든하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햇수로 6년, 만으로 5년을 조금 넘긴 시간 동안 101번이나 천리포수목원을 찾아왔던 저자의 그간 시간들이 문장들 안에, 사진들 사이에 빼곡했습니다. 그 시간들은 천리포수목원에 대한, 민병갈의 정원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렇게 천리포수목원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만 책에 대한 감탄 이전에 ‘든든하다’는 생각이 앞장을 서버렸습니다.
한동안 대한민국에는 ‘푸르게, 푸르게’라는 말 아래 관과 민이 모두 열심히 노력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녹화 사업’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고, 그러니 ‘푸르게, 푸르게’라는 말은 좀 쉬어도 될 때인 것 같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아름답게’라는 말이고, 그렇게 만들어내려는 노력이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돕는 감식안입니다. <정원 소요-천리포수목원의 사계>가 든든했던 두 번째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은 아름다운 숲과 정원을 즐기고 음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숲과 정원에서 무엇을 느끼고 깨달을지 섬세한 감별법을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풀, 꽃, 나무들 하나하나와 교신하면서 살아있는 그것들에 깊은 애정을 가져보기를 권유합니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듯한 이유로 전쟁을 일으키고 분란을 만들고 남에게 태연히 나쁜 짓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시가 있는 이유이고, 정원이 있는 까닭입니다.
지금 천리포수목원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울타리를 걷고 더 많은 이들에게 민병갈 원장님의 피와 땀과 눈물이 담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진지하게 천리포수목원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 책 역시 하나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지에 나온 문구처럼 ‘소요逍遙: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을 즐기는 정원 탐방객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천리포수목원을 향한 저자의 101번의 열정과 노동,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담긴 이 프러포즈를 기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 이보식(천리포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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