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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약 77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 붐 세대들이 한 해 수십만 명씩 평생을 바쳐 일해 온 일터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들의 이동은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얼마 전 한 대기업이 마련한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인생설계 강의’를 했을 때 일이다. 그곳에서 만난 K씨는 강의를 들은 후 “회사에서 일해 온 20년 동안 자아관계와 신체활동에 사용한 시간이 하루에 30분도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이날 만난 40대 중반의 한 퇴직 예정자는 병원에서 측정한 신체나이가 50대 후반으로 나올 만큼 건강도 썩 좋지 않다면서 자신의 신체·정신 에너지를 정신활동과 대인관계에 ‘올인’해 버린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가장으로서, 그리고 회사 부장으로서의 공적인 삶만 살아온 터라 마치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든 것 같다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퇴직 후 맞는 인생 르네상스
필자는 그날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갈 퇴직 예정자들에게 인생 르네상스를 만들 수 있는 처방전을 내주었다. 그 처방전이란 ‘평생 현역이 되라’라는 메시지였다. 왜 이런 메시지를 전했을까? 은퇴는 영어로 ‘Retire’다.
그런데 이 단어를 쪼개 보면 ‘Retire=Re+tire’가 되는데 이것을 나름대로 해석하면 은퇴란 그동안 타고 온 타이어(tire)를 갈아 끼우는(Re) 작업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은퇴란 Off-Work(일 정년)가 아니라 Off-Job(직업 정년)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개념을 ‘평생 현역시대’라고 부른다.
필자는 이들에게 은퇴하지 않고 ‘평생 현역’으로 슬기롭게 살 수 있는 구체적인 처방을 내려 주었다.
첫째, I-Branding이다.
이것은 ‘나’라는 사람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대개 퇴직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다. 이는 대다수 직장인이 갖는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그 해답은 ‘나=?’라는 인생 방정식을 풀면 된다. 가령 ‘박세리’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바로 골프다.
‘김연아’ 하면 피켜스케이팅, ‘박찬호’ 하면 야구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당신’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문제풀이 힌트는 지금 당신이 ‘하는 일’에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이 홍보면 ‘나=홍보’, 당신이 하는 일이 인사면 ‘나=인사’, 당신이 하는 일이 품질이면 ‘나=품질’이라는 인생 방정식이 하나 생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둘째, I-Playing이다.
이것은 호모루덴스, 즉 ‘놀이 인간’으로서 자아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필자는 이들에게 한 일간지에 소개된 정준양 회장의 글을 소개했다. “정 회장은 역사·종교·경제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독서를 즐기는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또한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수영과 색소폰을 배우는 등 새로운 문화 습득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하다. 특히 유럽사무소에 근무할 때 배웠던 스노보드는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오전 6시경 회사에 출근해 1시간 정도 운동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정준양 회장, 호모루덴스의 모범
이런 이야기를 소개한 것은 I-Playing이라는 개념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그냥 먹고 노는 그런 것’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승마도, 요트도, 클래식 음악도 좋다. 자신만의 취미 활동을 하나 찾아 그곳에 ‘올인’하는 것도 좋은 I-Playing이다.
여기에 필자의 아이디어를 덧붙인다면 △가능한 40세 전에 시작할 것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것을 할 것 △합창·연극·그림 그리기·사진촬영 등 나중에 발표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을 할 것 등이다.
셋째, I-Giving이다.
바로 기부를 말한다. 당신도 ‘작은 김장훈’이나 ‘작은 빌 게이츠’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부란 꼭 경제적으로 베푸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남들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번에 소개한 것처럼 프로보노(pro bono), 즉 지식 기부를 하면 된다.
당신이 경제적으로 베풀기 어려우면 당신의 지식을 풀면 된다. 혹시 이것조차 없으면 육체적 기부, 즉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필자는 이런 행위를 인생 크로스오버(Life Crossover)라고 한다. 일과 놀이를 육체활동·정신활동, 자아관계·대인관계를 넘나는 것으로, 즉 ‘1+1=2’가 아닌 ‘1+1=3’이 되는 통섭형 인생 만들기를 말한다.
직장인의 퇴보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체력이나 지능처럼 개인적인 능력이 감소하는 것. 다른 한 가지는 남들은 발전하는데 자신은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노동시장이 불안정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문성만큼이나 보편적인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누가 뭐래도 세상의 중심은 ‘나’다. 그 중심을 회사가, 가족이 차지하고 있으면 당신은 미래와 변화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된다. ‘나’만의 시간을 가져라. 크로스오버(Cross-over), 바로 ‘명품인생’의 핵심이다. 잘 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내화<성공학 칼럼니스트·경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