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출신 헐리우드 감독 ‘타셈 싱’의 2006년작 <더 폴(The Fall)>
예전부터 사막 비더윤즈님께서 꼭 보라고 추천해 준 영화였지만, 여러 가지 바쁜 상황으로 영화한편을 볼 짬을 못내다가 얼마전 드디어 보게 되었는데....
영화의 내용은 둘째치고서라도,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 저기..... 어... 저기도?... 아니 여기까지?...’ 하면서 지난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회상해 볼 수 있는 세계여행지 종합선물셋트 같은 영화다. 4년간 28국에서 촬영했다고 하니 말다했다. 세계 20개국 정도를 여행한 미쯔는 그 28개국을 다 꼽아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1차 세계대전의 초반기인 1915년 로스엔젤레스의 한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하반신이 마비된 무성영화 스턴트맨 로이와 영어가 서툰 외국인 소녀 알렉산드리아가 같은 병원에 입원하면서 우연히 친구가 되고, 로이가 소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다섯전사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면서 세계 유수의 명소들을 배경으로 미술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부터 배경으로 나온 곳이 미쯔에게는 낯설지가 않았다.
아니... 저것은?
그것은 분명 2007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시 ‘티볼리’라는 도시에서 가 보았던 '빌라 아드리아나‘였다. 내가 ’빌라 아드리아나‘에 머물렀던 시간은 한시간 정도 밖에 안되었었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험난(?)했었기에,(빌라 아드리아나로 가던 여행길에 관한 이야기는 곧 '여행기' 게시판에 다시 올려보겠다.) 그리고, 마침 그곳에서 흘러나오던 뉴에이지 피아노 곡 덕에 더 큰 감동을 받았었기에 잊을수 없는 장소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나는 얼른 하드를 뒤져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 보았다.
역시. 그곳이 맞다.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미쯔가 여행했던 도시들, 여행지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로마의 캄피톨리오 광장과 프라하의 카를교, 인도 우다이푸르의 레이크 팰리스와 아그라의 타지마할까지...
특히나 타지마할이 배경으로 나왔던 장면에서는 타지마할 안에서 찍은게 아니라, 타지마할 뒤편으로 가면, 횡하니 방치된 밭같아도 보이고, 늪같아도 보이는 곳이 있는데, 마침 내가 가봤던 장소였다. 보통의 여행자들은 잘 가지 않으나, 당시 나는 아그라에서 하루를 오토릭샤를 대절하여(우리로 치면 하루 택시를 렌트한 개념) 인도 현지인의 안내로 뷰포인트들을 구석구석 다녔었기 때문에 일몰이 좋다하여 운좋게 가봤던 곳이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영화의 장면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난 저기 가봤는데....’
하는 묘한 쾌감? ^^
중국의 만리장성이니, 파리의 에펠탑이니, 로마의 콜롯세움이니, 이집트의 피라미드니 하는것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장면으로만 나올 정도다.
한가지 아쉬운것은 영화내내 가장 많은 비중으로 나왔던 도시가 인도의 조이푸르와 자이푸르였는데, 인도를 3~4개월 정도 여행했던 미쯔는 인도 구석구석 30개 가까운 도시를 다녔지만, 조이푸르와 자이푸르는 건너뛰었었다. 가이드 북에 나와있는 내용만으로는 두 도시가 그리 내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유에서다. 지금 이시점에서는 조금 아쉽다. 나중에 비더윤즈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비더윤즈님은 두 도시를 다녀왔다고 한다. 아마도 두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비더윤즈님이 들려주시겠지....
어쨌든 <더 폴> 이란 영화를 이리저리 검색하면서 이 기사, 저 기사 읽어보아도, 인도의 조이푸르, 자이푸르, 라닥, 아일랜드의 피지섬등의 촬영지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오나, 내가 발견한 이탈리아의 빌라 아드리아나나 미켈란젤로 광장, 인도의 레이크 펠리스등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는 걸 보니, 꽁꽁 숨겨둔 보물을 남몰래 찾아낸것 처럼 조금 ‘우쭐’ 해진다. ^^;
미술작품 같은 화려한 영상과 영화의 배경이 된 멋진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알렉산드리아 역을 맡은 6살박이 루마니아 소녀 카틴카 언타루의 귀여움만으로도 보는 내내 흐뭇했던 영화 <더 폴>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과 시체스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는데, 혹시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 아직 안보신 분이 계시면, 한번 감상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