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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의 13번째 책-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여행한사람 2007. 12. 20. 01:11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의 기쁜 시간들 여행기, 뒷이야기

2007/12/16 16:28

http://blog.naver.com/roadjisang/30025431024

 

더 기쁜 사실은,

사실 책 낼 생각하지 않고 쓴 글들이 책이 되어 나왔고, 또 주변 분들이 좋은 평들을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책이 13권째인데,

그동안의 책들은 대개 제가 혼자 원고를 다 쓰고 나서 출판사에서 출판이 되었고,

황홀한 자유는 출판사 기획팀에서 '이러이러한 원고를 써 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고 쓴 것이지요.

 

그 시간들도 다 즐겁고 보람찬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원고의 글들은, 기획 원고라 해도 조금 다릅니다.

 

제의를 받거나, 혹은 제가 책을 내겠다고 쓴 것이 아니라,

 

책과 아무 상관없이그냥 블로그에 두서없이 썼던 글들이 계기가 되었는데

 

사실, 블로그의 글들은

여행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얘기들, 이걸 어떻게 극복하고, 그러면서도 또 꿈을 키워나갈까 하는 얘기들...

그런게 주요 주제였지요.

 

그런데 지역 여행기도 아니고, 요즘 트렌드에 맞지도 않는 이런 '진지한 얘기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전, 아예 책을 낼 생각하지 않고, 책으로 낼 수 없는 얘기들 블로그에 실컷 풀어나 놓자 하는 생각으로 썼던 것이지요.

 

그냥 저와 잘 통하는 우리 블로그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그리고 그들의 블로그를 보면서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그들과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뜻에서,

 

제 자신의 여행과 삶의 경험 속에서 퍼 올린 얘기들을 그냥 솔직하게 쓴 것들입니다.

 

아무 기획도 없이, 그냥 자유롭게...

 

그런데, 이 글들을 중앙북스의 편집기획자  장재순님이 발견하고 제의를 한 것이지요.

 

책 쓰는 저야,  책내자는데 안 좋을 리 없었지요.

 

하지만 은근히 드는 걱정...누가 이런 책 사볼까, 다 떠나자, 떠나면 좋다 하는 얘기들이 여행기 시장에서 주종을 이루는데

갔다 와서 여행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들, 잔잔한 이야기들...이게 팔릴까?

공연히 출판사 손해봤다는 소리 듣고 싶지도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팔리는데 신경쓰다가 내용, 메시지들이 변질되는 것은 아닐까, 이 자본주의적인 시장 속에서...

 

좀 고민되는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절묘한 실험, 결합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자님은 그 수많은 블로그 글들 중에서,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얘기들을 골라내고,

너무 저 자신에 함몰되어서 공감을 이루기 어려운 부분들은 쳐냈지요.

 

비유를 하자면, 편집자님은

 

제가 아무 생각없이 그냥 혼자서 즐겁게 자르고 갈아 놓은 목재들을 갖고,

멋진 집 도면을 만들어서 갖다 맞추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가다가 목재가 잘 안 맞으면 저에게 좀 다듬어 달라고 했고,  혹은 보완되는 목재를 새로 만들어 달라고 했지요.

 

그런 과정에서 제가 원래 의도했던 그런 메시지는 하나도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끌고, 읽기에 편하도록  만드느라 애를 썼지요.

 

저도 고집이 매우 강한 편인데,

글 조금 바꾸고 그런 것은 얼마든지 괜찮은데, 메시지만큼은 양보를 못하거든요^^

그건 제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팔리기 위해서' 그걸 양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편집자님의 의도는 저와 일치를 했고,

아니 처음에 제 글을 보고 찍은 이유가 '바로 그 메시지' - 여행하고 돌아와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얘기... 그것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일했습니다.

 

편집자님은 저보다 더 열정적이었지요. 제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앞에서, '그냥 우리 골수 여행자들끼리 소통하는 책 만드는 정도'에 만족하려고 했던 저 역시, 열정이 감염되었지요.

 

"그래, 나 역시 처음 여행 떠날 때 얼마나 설레었고, 또 돌아와서 얼마나 고민했던가..."

 

그 시절의 감흥이 다시 떠오르면서, 새로운 원고들을 보충해서 썼지요.

 

대학원 수업도 바쁘고, 어머니 병, 입원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허덕이고, 밤을 꼬박 새우면서도 열정 속에서 글을 썼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지요.

편집 디자인, 표지 , 교정, 제목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고생했고, 도움을 주었습니다.

 

정말 용광로 같은 시간들이었지요.

 

그리고 책이 나온 다음 수많은 블로그 이웃분들이 책을 좋게 평해주시고, 소개해주시고

또 '5불 생활자 카페'에서 추천책으로 선정해주시고,

기자분들이 책을 소개해주고...

 

정말 '한송이의 국화꽃이 피기 위해...' 처럼 한권의 책이 나오고, 퍼지는 과정에는 수많은 분들의 노고와 도움이 서려 있습니다.

 

책 몇권 낼 때는 그저 저만 생각했지요. '책의 주인은 저자다'라는 생각이 있었고,

독자들은 저자만 바라보지요. 

 

그런데 책을 점점 더 내면서 소름 끼치는 각성이 있게 되더군요.

 

정말, 뭐 하나 하는데...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서린다는 것. 꼭 책이 아니더라도...세상 이치가.

 

그리고, 이책이 나오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고, 고마운 분들은 우리 이웃블로거들과 여행자들입니다.

 

이글들은 그분들과 소통하면서, 같이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가운데 나온 것들이지요.

 

즉, 그들이 없었다면 제가 이런 글을 쓸 리 없었고(제가...누굴 향해 쓴단 말입니까?^^)

 

또한 편집기획자를 비롯한 출판사 분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몸을 갖고 책이 나올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이책을 읽어주는 독자분들이 없다면

도대체 이 모든 행위가 어떻게 존재하고,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결국, 책을 낼수록 배웁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생각이. 서로 주고 받으면서, 하나가 된다는...

 

그리고 책이 팔린다는 것은 제가 그들에게 빚을 진다는 말이고,

그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더 공부하고, 생각하고, 경험하면서

 

다시 그들을 위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거지요.

도움이 되든, 즐거움을 주든, 카타르시스를 주든...

 

사실, 이것이 탁발 행위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태국에서 스님들이 맨발로 발우를 들고 음식을 얻듯이

 

저는 여러분에게 책속의 말을 드리고 귀한 돈을 보시로 얻습니다.

 

그 돈을 양분 삼아 또 수행하고 수행해서, 또 좋은 글과 말씀으로 여러분에게 되돌려 주어야 하는 이 순환 속에서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습니다.

 

이렇게 해서 13번째 책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또 수많은 인연이 생겨납니다.

 

어찌 찬란하고  기쁜 시간들이 아니겠습니까.

 

이 기쁜 순환 과정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 오랜 내공에서 나오는 진지한 사유와 내면 세계, 늘 많은 여행 좋아하는 이들에게 감명을 주시죠.
13권째의 결실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정진을 부탁드립니다. 예전 인사동에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구촌 여행정보자료실과 Youth Hostel 그리고 근래의 태사랑 여사모는 제 여행의 큰 축입니다.
여행과 함께 하여 행복하며 앞으로도 인연을 이어 가렵니다.
축하드립니다. 
 

 

*

책검색-네이버
http://book.naver.com/search/book_search.php?kw=&kf=&sc=1&squery=%C0%CC%C1%F6%BB%F3&x=22&y=11 

 

교보문고 검색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ReviewKor.laf?ejkGb=KOR&mallGb=KOR&linkClass=030301&barcode=9788961880824&targetPage=2

 

여행책 한권 내고 더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태반인 우리 현실에서, 13권을 내고 전업 여행작가를 고집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지이자 실력입니다.

그것도 집안 부가 있다든가 하는 경우는 전혀 아니니 말입니다.